부산 여행 계획을 급히 세우고 되었습니다. 우연히 제가 좋아하는 '파라다이스 호텔' 숙박권을 하루 얻게 되었고, 바쁜 중이라 더 머무를 여유는 없어 1박 2일이라도 알찬 계획으로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부산은 항구 도시라 그 자체로 색다른 매력이 있지만, 제 생각에 무엇보다 큰 부산의 매력은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다 갖춘 도시라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해운대와 같은 바닷가를, 화려한 대도시 고층의 아파트 혹은 사무실로부터 몇 발자국 걸음이면 닿을 수 있는 이국적인 매력을 가진 도시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화려한 백화점과 쇼핑몰, 선택의 폭이 넓은 다양한 재래시장, 셀 수도 없는 먹거리, 전망 좋은 여러 매력의 카페와 즐거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우리들의 시간을 잊게 해 줍니다. 1박 2일의 '부산 여행기' 일정을 그대로 공유하니 저와 같은 일정과 장소를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전체 일정
<1일 차>
아침 (자차로 출발 A7:30) → 도착 후 점심 식사 (P12:30 '장씨 해녀집') → 오후 일정 1 (P1-2:30 감천 마을) → 체크인 (P3 '파라다이스') → 휴식 (P3-4 차 & 휴식) → 오후 일정 2 (P4-6 해운대 해변 걷기 + 해운대 근처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 저녁 식사 (P7-9 '백화 양곱창') → 저녁 일정 1 (P9-10 해운대 근처 간식거리 구경 + 간식 구입) → 저녁 일정 2 (P10-11 호텔방에서 맥주+간식 먹기) → 취침 (P11-)
<2일 차>
아침 일정 (A8-9 해운대 산책) → 아침 식사 (A9-10 '해운대 속시원한 대구탕') → 오전 일정 1 (P11-12 달맞이길 카페 '더 반 베를린'에서 커피 마시기) → 오전 일정 2 (P12-1 가구점 '비아인키노' + '이솝'샵 구경) → 점심 식사 (P2-3 기장 '무진장횟집') → 서울로 출발
맛집 소개
1. <장씨 해녀집> :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 1길 169
기장 지역이 자갈치나 광안리 보다 조금 더 한산하고 저렴한 편이라 평소에 부산을 가면 자주 회를 먹게 되는 곳입니다. 이번에도 회부터 먹고 싶어 기장으로 갔고, '장씨 해녀집'은 여러 즐비한 횟집들 중 택하여 들어가게 된 횟집인데 이번에 처음 방문하게 된 음식점입니다. 우리는 세 명이었고 회와 해산물이 섞인 메뉴(바다둘 66,000원)를 선택하고, 전복죽 2인분(24,000원, 1인 12,000원)을 주문하였습니다. 잠시 후 사진에 보이는 대로 광어와 밀치로 보이는 2종류의 회와 멍게, 전복, 소라, 개불 등의 해산물과 조개찜이 나왔습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상차림으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습니다. 싱싱했고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맛보는 회와 해산물이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허기를 달래고 해산물의 풍미로 만족한 상태에서 초록빛의 전복죽이 나왔습니다. 전복의 살점이 제법 도톰하게 썰어져 있는 전복죽은 부드러웠고 전복살도 연하게 씹혔습니다. 회와 해산물을 먹고 나서 먹는 부드러운 식사로 전복죽이 참 잘 어울렸습니다. 너무 거하게 먹고 싶지 않으면서 해산물을 굳이 고르지 않고 종합 세트로 먹고 싶다고 느끼실 때 찾아가면 좋을 음식점입니다.
2. <백화 양곱창> : 부산 중구 자갈치로 23번 길 6
저녁은 직화로 구워주는 곱창을 먹으러 자갈치시장에 붙어있는 곱창거리로 갔습니다. 좁다란 골목에 다닥다닥 곱창집들이 늘어져 있는데 저는 그 거리가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음식점을 들어가면 커다란 공간을 구역으로 나누어 1호 집, 2호 집, 3호 집으로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연탄불에 석쇠와 돌판을 놓아 직접 구워주는 방식이고 먹는 사람들은 마치 바에서 음식을 먹듯 긴 벤치에 앉아 먹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배열과 방식 또한 매우 이국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낡고 오래된 시장통의 음식점인데 방식은 고급 레스토랑의 철판 요리처럼 먹는 느낌이랄까요. 독특하고 색다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연탄 위에 석쇠를 올려 우리가 먼저 시킨 '양모듬소금구이' 2인분(1인분 : 39,000원)을 먼저 요리해 줍니다. 곁들여서 구운 통마늘과 함께, 앞에 놓인 간장과 마늘과 매운 고추가 섞인 소스에 다 구워진 곱창을 찍어 먹었습니다. 불에 직화로 바로 구워 기름기가 쏙 빠져 담백하고 깔끔한 맛입니다. 소스도 감칠맛이 나며 깔끔하게 잘 어울립니다. 같이 마시는 맥주맛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구이로 먹는 양모듬을 다 먹자 그다음으로 시킨 '양념양모듬' 1인분(1인분 : 39,000원)을 요리해 주시는데, 이번에는 연탄에 두껍고 오래된 돌판을 올립니다. 양념으로 버무린 곱창모듬을 달구어진 돌판에 올려 익힙니다. 소금구이가 깔끔하고 담백하다면, 양념구이는 야채와 마늘과 곁들여 먹으니 풍미가 더해진 자극적인 맛입니다. 더운 날씨에 불구하고 화로 때문에 원래 에어컨을 틀지 못한다는 음식점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손님들이 있었고, 땀을 흘리면서도 화로 앞에서 먹는 곱창의 맛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같지 않은 이국적인 매력까지 더해져 아주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다음 부산 여행에도 꼭 다시 오고 싶은 맛집 중 한 곳이었습니다.
3. <해운대 속씨원한 대구탕 미포 본점>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62번 길 28 1층
숙소가 해운대 '파라다이스'였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해운대 산책을 하였습니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걸으면서 바라보는 해운대 바다와 하늘의 푸른빛은 마음을 한껏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아직까지 30도를 넘어가는 더운 날씨여서 그런지 벌써 몇몇 사람들은 물속으로 뛰어든 모습도 보였습니다. 상쾌한 아침 산책을 한 후, 엘씨티 근처에 있는 대구탕집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맛집으로 소문이 이미 난 집이라 기대감으로 들어갔습니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사발에 담겨 나온 대구탕은 일단 양이 많았습니다. 커다란 대구 덩어리가 3개나 들어있었고 국물은 뽀얗고 맑았습니다. 김과 김치와 깍두기, 고추 등의 반찬도 형식적으로 내놓는 것이 아니고 정성과 맛을 많이 들였습니다. 깔끔하고 맑은 대구탕에 젓갈맛 강한 김치가 맛있게 잘 어울립니다. 대구탕 국물은 그대로 담백하게 먹어도 맛있고, 매운 고추다진 양념을 조금 넣으니 칼칼하게 매운맛도 맛있었습니다. 대구살을 발라 고추냉이 곁들인 간장에 찍어먹고 국물은 밥을 말아가며 먹으니 전날의 속풀이도 되고 속이 든든해집니다. 한 상 가득한 정식 밥상이 부럽지 않습니다. 마치 느낌은 12첩 정식 밥상을 받아먹은 듯 포만감이 가득합니다. 서울에 올라가서도 새록새록 먹고 싶어 생각날 그런 맛있는 아침이었습니다.
4. <무진장 횟집> :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 1길 137
<무진장 횟집>은 우리 가족에겐 역사가 오래된 집입니다. 20년 전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어 지금까지 부산에 가면 꼭 들르는 집이 되었습니다.
<무진장 횟집>은 '아나고회'가 전문입니다. 아나고를 아주 얇고 작게 썰어 물기를 꼭 짜내어 보슬보슬하게 해서 내는 집인데, 어디에서도 이런 형태와 맛의 아나고를 먹을 수 없습니다. 어찌나 작고 얇게 썰었는지 멀리서 보면 밥알 같기도 하고 하얀 빙수 얼음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놓으니 아나고살이 보슬거리고 하늘거려 때로는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으로 떠먹기가 더 편하기도 합니다. 뼈도 입속에서 많이 거슬리지 않아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곧잘 먹곤 했습니다. 맛은 아주 고소하고 담백합니다. 취향에 따라 와사비장에 찍어먹기도 하고 초고구장에 찍어 먹기도 하는데, 제 취향은 와사비장입니다. 그냥 아나고만 먹어도, 해조류와 같이 곁들여 장에 찍어 먹어도, 또 마늘, 고추와 같이 야채에 싸 먹어도 맛있습니다. 이렇게 회를 즐긴 뒤에는 밥과 초장과 남은 아나고를 쓱쓱 비벼 먹어도 별미입니다. 다 먹고 나면 건강해지는 기분도 듭니다. 워낙 영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이 맛을 모르는 지인들에게는 늘 추천하는 음식입니다.
* 부산여행기를 쓰면서 맛집 위주로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부산은 넓기도 하고 바다를 끼고 있어 먹거리가 특히 풍부한 지역입니다. 이번에는 1박2일 여행이라 몇 가지 못 먹고 올라와야 해서 아쉬움이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다음번에 부산을 간다면 <짚불곰장어> <금수복국 복어국> <서면 돼지국밥> <해운대 갈비> <밀면>을 꼭 먹어보고 싶고, 또 다른 맛집 소개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