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용궁사와 감천 문화마을 방문
부산에는 놀거리, 볼거리들이 많습니다. 매번 갈 때마다 잘 놀고 잘 먹고 오게 되는 도시 중 하나인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장소가 '해동용궁사'와 '감천마을'이었습니다. 산속에 있지 않아 신기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절 '해동용궁사'와, 산을 깎아 지은 오르막 동네들이 특히 많은 부산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화 같은 '감천마을'은 한 번은 가볼 만한 볼거리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부산에 오래 머물지 않고 짧은 시간으로 갔다가 오는 경우, 저는 이렇게 부산 내에서 매번 다른 여행 장소를 선택해 가봅니다. 그러면 새로운 부산을 느낄 수 있고 다 보고 가야 한다는 조급증도 없앨 수 있고 다음에 볼거리를 남겨둘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좋은 것 같습니다.
해동용궁사
부산 기장 지역에 위치한 해동 용궁사(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86)는 바닷가에 있는 절로 풍경과 분위기가 아름다운 곳입니다. 가는 길은, 차로 갈 경우 주차장이 앞에 있고 주차 요금은 30분당 2000원, 10분 초과당 500원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역은 가까이 없어 다소 불편하나 해운대에서 1001번 좌석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내려서 걸어 들어가는 길에 띠별 동상이 늘어서 있어 본인 띠 동상 옆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각자 띠옆에서 사진을 찍고 들어갔습니다.
해동용궁사는 우리나라의 삼대 관음성지(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해동용궁사) 중 하나로, 고려 우왕 2년(1376년)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에 의해 창건되었습니다. 나옹스님이 법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헤매다 현 해동용궁사 자리에 당도하여 지세를 살펴보니 배산임수(뒤는 산이고 앞은 바다)와 조성모복지(아침에 불공을 드리면 저녁에 복을 받는 신령스러운 곳)이라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행정진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임진왜란 때 전화로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 초 통도사 운강스님이 보문사로 중창했고, 그 후 여러 스님을 거치고 1970년 초 정암화상이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서원하고 기도정진하며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개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넓은 절이고 사람들이 많아 둘러볼 코스를 정하는 것이 좋은데 우리가 돌아본 코스는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입구 십이지상과 코끼리상 -> 해동용궁사 비석 -> 안전기원탑 뒤 문 -> 돌 길 -> 동전 넣고 비는 불상 -> 대웅전, 사사자 3층 석탑 -> 굴법당, 용왕당, 범종각 -> 해수관 음대불 -> 지상보살). 가면서 동전을 넣고 소원도 빌어보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석탑 앞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해수관 음대불 앞에 서니 그 위용과 느낌이 마음을 벅차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서 바라보는 바다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철썩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머무르다 내려왔습니다.
산속에 있어야 하는 절이 바닷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기하고 해안 도시의 정취가 확 풍겼는데, 구석구석 돌아보니 장소마다 다 특징이 다르고 앉아서 쉴 곳도 많아 절이 전체적으로 참 예쁘다고 느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니 바다의 기운과 부처님의 기운이 합쳐 좋은 기와 운을 팍팍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교가 종교가 아니더라도 자연 속의 미약한 인간이 천지의 기운에 기대어 보는 감정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산에 가면 꼭 한 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절 나들이였습니다.
감천 문화마을
감천 마을을 갔던 날은 매우 더운 날이었습니다. 우리가 갔던 날은 평일이어서 차를 가지고 갔고, 감천 마을이 시작되는 입구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편하게 주차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관광객들이 많아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거리에 서서 펼쳐진 마을을 보자마자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감천 문화마을은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한 마을로, 1950년대에 태극도 신도들과 6.25 전쟁 피난민들이 모여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동안 태극도마을이라는 이름의 낙후된 동네로 알려졌으나 2009년부터 '보존과 재생'을 바탕으로 진행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부산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이 합심해 담장이나 건물 벽에 벽화 등을 그리는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의 '마추픽추', '산토리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곳은 층층이 늘어선 형형색색의 집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집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가며 예쁜 색상들을 즐기고 갖가지 재미나고 즐거운 그림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표적인 사진 찍기 명소인 '어린 왕자' 상 옆자리는 줄을 서야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매우 더운 여름 평일이어서 다행히 줄을 서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은 BTS 그림 앞도 매우 붐비는 사진용 명소라고 합니다. 너무 예쁘고 색감 좋은 곳들이 많아 계속 사진기를 들고 찍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곳곳에 카페며 음료 파는 곳들이 있어 갈증을 해소하고 다리를 쉬기도 하였습니다. 또,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곳들이 많아 둘러보며 기념품들도 아이들과 함께 구입하였습니다. 그렇게 가다가 전망대까지 올랐고 그곳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니 현실감이 없게 아름다왔습니다. 동화 같은 마을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예전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집들과 골목들이 어릴 적 추억에 젖게도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낙후되어 불편해진 공간을, 재해석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탈바꿈시킨 발상 전환과 노력도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파란 바닷빛과 어우러진 알록달록 동화 같은 마을, 여름의 더운 날씨를 청량하게 바꾸는 마법의 마을이었습니다. 부산 여행에서 한 번은 꼭 넣어서 방문하도록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 다음 부산 여행은 좀 더 좋은 계절을 택하여 와서 해동용궁사도 감천 문화마을도 더 느긋하게 걸으며 즐겨보고 싶습니다. 걷기가 매우 즐거운 곳이며 볼거리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더운 날씨 탓에 덜 즐겼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 두 곳만 보아도 부산은 참 이국적인 도시이며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습니다.